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약간 흐린 어느 날. 낙엽은 자취를 감추고 가지는 앙상해진 가운데, 벨은 구름이 꾸물꾸물한 하늘 아래 언덕길을 달리고 있었다. 거친 경사길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입김 맺힌 숨소리가 격렬해졌고, 온몸이 달구어졌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매섭게 때려도 여전히 뜨겁게 상기된 벨은 혼자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가 되었다. 아무리 공기가 추워도 꿈쩍도 않고 요지부동으로 언덕의 꼭대기를 향해 달려 나가는 벨. ‘겨울의 땅은 수분이 적으니까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 ’ 머릿속에는 오직 트레이너인 오노데라에게 받은 어드바이스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정신이 든 건, 꼭대기에 다다르고 구름이 조용히 눈을 토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이건……싸라기눈. 아침에 본 일기 예보대로라면, 지나가지 않고 꾸준히 내려서 오늘 밤까지 쏟아진다고 하였다. 이러면 더는 못 가겠네. 눈이 내리면 시야가 뿌예서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어진다. 아쉽지만 길이 더 미끄러워지기 전에 벨은 방향을 틀어 학원으로 돌아갔다.
그나저나 눈이 쌓이는 계절이 왔구나……. 언덕 트레이닝이 끝나니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겨울 공기를 체감했다. 곧 교내 자판기는 따뜻한 음료가 공간을 장악하고 학생들은 교복 위에 코트를 입겠지. 돌아오는 길에 보인 카페테리아의 창문 너머에서도, 실내 여기저기에 전구를 달고있는 직원이 보였다. 사슴의 코를 닮은 빨강과 푸릇한 트리를 연상시키는 초록색이 나란히 빛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스타일……. 벨도 올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결정해야 했다. 자신의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과 늠름하게 이끌어가 주는 선배들에게 건넬 선물. 그러나 단 하나, 언니에 한해서는 어떤 선물이 좋을지 모르겠는 난감한 문제에 부닥쳐서, 벨은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한 채였다…….
카베르네 가족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기에 특별한 추억이 있다. 누구나가 마음 설레는 크리스마스의 전날 이브는 바로 벨의 언니, 카베르네 플레어의 생일이다. 카베르네 가는 그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축제 분위기가 고정이다. 그러다보니, ‘바쁘더라도 크리스마스 시기에 하나쯤은 선물을 준비한다’라는 가족끼리의 전통이 생겼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정이 생기거나 다른 약속이 잡혀도, 연말의 낭만을 선물로 맺을 것. 어느덧 가족에게 이 시기는 선물을 전함으로써 매년 특별함을 맛보는 약속의 나날이 되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본가에 내려가서 여느 때와 같이 선물을 교환하며 벨은 가족과 파티를 즐겼다. 그 해에는 플레어에게 포근한 블랭킷을 선물했고 플레어는 여전히 나른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느긋하고 위기감 없어 보이지만 언제나 자신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언니, 플레어. 어떤 선물을 주던 벨이 준 것에는 한결같이 좋다는 반응을 보이며, 동생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포근해서 딱이다. 역시 올해도 벨의 안목은 틀림 없어~.
정말 그걸로 괜찮아? 매번 다 좋다고 하니까 말이지……. 그러다 내가 제대로 준비 안 하면 어쩌려고.
벨이~? 그럴 리가 없는데, 매년 걱정한다니까.
정말…… 내년에 클래식 시즌이 되면 더 바빠질 테니까, 어떻게 될지 모른단 말이야.
벨은 현재 데뷔를 끝내고 주니어 시즌에서 활동 중이다. 트레센 학원의 트윙클 시리즈에서는 담당 트레이너와 ‘최초의 3년’을 절차탁마하며 보낼 것을 명시하고, 각각 주니어-클래식-시니어 시즌으로 구분해 둔다. 그러니 내년에는 클래식 시즌의 길을 걷기 때문에 현재 갖은 레이스 출주로 인지성을 확보하자는 플랜을 착실히 수행 중이다. 그 내년도 잠을 7번 자면 다가오는 바람에 벨은 벌써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상태지만. 플레어는 레이스 세계의 치열함을 잘 모르긴 해도, 벨이 이보다 더 허덕였을 때마저 가족끼리의 약속을 꼬박 지킨 걸 기억했다. 그 아이는 상냥해서 항상 가족을 위해 산타가 되어주었으니 별 걱정은 안 된다. 가령 주지 않아도, “그럼 착한 아이에게, 다른 산타가 선물~. ”이라면서, 이쪽이 능청맞게 전해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 플레어는 블랭킷을 껴안고 뒹굴거리면서 넌지시 다른 화제를 꺼냈다. 긴장한 벨이 덥석 물 만한 것으로.
하야히데 씨랑 브라이언 씨도 선물 교환 하려나? 벨은 알아?
브, 브, 브라이언 씨!? 아니……. 나야 모르지. 친하지도 않고…….
혀 깨물라~. 그럼 내가 하야히데 씨에게 연락해 봐야지. 겸사겸사 내년에 저희 동생 좀 잘 부탁해요~하고.
하, 하지 마! 절대 하지 마! 그보다 하야히데 씨랑은 언제 그렇게 가까워진 거야? 전에 넷이서 만났을 때 뭔가 이야기 나눴,
아, 그래! 플레어는 갑자기 손뼉을 짝 치며 뭔가 떠오른 듯 벨에게 달려들었다. 벨이 말 돌리지 말라고 반박할 틈도 없이 플레어는 얼굴을 불쑥 들이밀면서 다시금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나, 내년에 받고 싶은 선물 정했어.
갑자기?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느긋한 언니답지 않게 성미가 급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미리 정해두면 벨 입장에서는 편했다. 가족끼리의 전통은 확실히 사랑스러운 추억을 만들어주지만, 계속되면 아이디어도 고갈이 되는 법이었다. 벨은 이 부분에 막힐 때 상대에게 슬쩍슬쩍 떠 보거나 주변에 정보를 캐서 어떻게든 ‘그 사람이 갖고 싶어 할 법한 것’을 보내기 위해 땀을 뺐다. ‘아무거나’라고 들으면 제일 곤란해하는 타입이었다.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지지가 되어주는 가족에게는 고마움과 동시에, 기저에 은근한 미안함이 깔려 있기도 해서 이런 식으로 작게나마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 것도 있었다. 이렇게 직접 들으면 늦지 않게 챙길 수 있겠어. 그러나 이어지는 한 마디에 벨은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게 되었다. 플레어가 내년에 받고 싶은 것은 바로 ‘벨의 성장한 증거’.
궁금하거든. 내가 준 머리 장식의 행방이 어떻게 될지. 시간을 줄 테니까, 벨이 잘 고민해서 줘?
벨의 트레센 학원 입학일, 플레어는 벨에게 지금의 달 머리 장식을 선물했었다. 명문 학교의 입학과 함께 겨우 보인 꿈의 행방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그렇게 보면, 플레어도 지켜볼 권리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클래식 로드가 마냥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기에 막연히 수락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면 플레어는 이렇게 말한다. “한 번만. 내 생일이니까!” ……못 말려. 맨날 그래.
그로부터 1년 뒤. 클래식 로드도 막바지에 접어가는 현재, 아직까지도 벨은 선물을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 헤매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클래식 시즌을 거치면서 정식적으로 이룬 업적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중상들 그럭저럭. 사츠키상은 2착. 아오바상에서 1착을 한 기세를 몰아 일본 더비에 도전했지만 실제로는 5착. 중간 목표인 더비에서 지고 쭉 방황한다. 그로부터 세인트라이트 기념을 끝내고 브라이언에게 텐노상(가을)에서의 승부를 약속받아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셈이라, 눈에 띄는 성적도 자랑할 만한 실력도 만들지 못했다. ……어쩌면 좋을까? 자신의 트레이너인 오노데라와 상담해 봐도 ‘성장의 증거’라는 주제는 형태로 만들기에는 추상적이라는 결론만 나왔다. 뭐든 선물이라는 카테고리와는 어울리지 않는걸…….
혹여나 언니의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니까 한 번 전화해 본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언니는 “아니. 계속 그걸로 부탁해. ”라면서 사람 속도 모르고 상큼하게 대답했다. 달리기에 관심이 없는 언니니까, 아마 자신의 레이스 성적을 모르기에 나오는 말이겠지. 거기서 한 번 검색해 보라는 말이 목구멍이 나왔지만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애초에 어째서 그런 걸 받고 싶어 하는 건지)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크리스마스인걸. 안 그래도 가족 전통에 익숙해져 있으면 더 특별한 걸 받고 싶어 할 텐데)
(솔직히, 쭉 지켜봤으니까 내가 남들보다 성장 속도가 더딘 걸 알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굳이 이렇게까지 달라고 할 건 아니지 않나?)
그러다 곰곰이 생각하던 오노데라가 문득 입을 뗐다. “좀 더 언니 같은 사람한테 물어보면 어때? ‘언니’의 마음을 잘 알아줄 사람. ” 아무래도 동생의 성장을 보고 싶어 하는 건 언니 특유의 마음일 테니까. 그럼 플레어의 의도도 짐작할 수 있고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라고. 언니, 언니라…….
어딜 가나 그렇듯이 트레센 학원에도 언니들이 잔뜩 있다. 미호 기숙사의 든든한 맏언니 같은 존재, 히시 아마존이라던가. 명문 메지로 가문의 자제이자 자신의 친구인 메지로 도베르도 다정한 언니이다. 그들은 생각하는 걸까. 동생이 성장한 증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갖고 싶다고. 아니, 아무리 그들이어도 동생의 애매한 성적을 알고 있으면 조금은 망설일 것이다. 그렇다는 건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언니에게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어쩔 수 없다. 크리스마스를 처음으로 망치기보다, 역시 대신할 만한 것을 선물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좋아하는 것을 받으면 언니의 기분도 적당히 풀리겠지……. 그래도 매년 계속 선물하다 보니 선물의 아이디어가 떨어져서 좀처럼 생각나는 게 없었는데……. 슬슬 가족인 자신의 위치로는 알 수 없는 걸 보여줄 만한 사람이 없을까? 예를 들면, 언니의 친구라거나……
──그럼 내가 하야히데 씨에게 연락해 봐야지. 겸사겸사 내년에 저희 동생 좀 잘 부탁해요~하고.
그 순간 팟 떠올랐다.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 게다가 트레센 학원에 재학해서 언제든지 만나러 갈 수 있는 사람.
비와 하야히데 씨. 자신이 동경해 마지않는 나리타 브라이언의 언니이자, 어느 순간부터 플레어와 가까워진 사람이다. 듣자 하니 브라이언의 트레센 학원 입학도 하야히데가 추천하고, 그 등을 많이 밀어주었다고 한다. 여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뚜렷한 이상적인 언니. 모든 일에 질서 정연하고 논리적이기까지 한 하야히데 씨라면, ‘언니’에게 줄 선물로써 알맞은 대답을 내려주실지도 몰라……!
그, 갑작스러웠을 텐데 죄송합니다. 이번 상담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 딱딱해지지 말아 줘.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쁠 뿐이야.
벨은 발을 바삐 움직인 나날 끝에 겨우 상담의 찬스를 잡고, 지금의 고민을 하야히데에게 털어놓았다. 혹시 플레어가 좋아할 만한 다른 힌트를 알고 있는지, 언니들은 뭘 받으면 좋아하는지도. 하야히데는 다행히도 진지하고 심사숙고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곧 나온 그녀의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다’는 말에 벨은 잔뜩 쌓여있던 긴장도 다 날려 보내고 귀를 쫑긋 펴서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살짝 미소 짓는 그 얼굴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 하야히데는 플레어의 마음을 생각하면, 불완전해도 ‘성장의 증거’를 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그리고 플레어의 진의를 파악하긴 했어도 자신이 전부 말해버리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플레어가 기간을 1년이나 준 것에는 분명 벨 스스로가 답을 찾기를 원하고, 그렇게 찾은 벨의 꿈의 형태가 보고 싶을 것이라고.
캠벨 군. 자매라 해도 각기 관계의 차이는 존재하고, 한 가족이지만 때때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마음은 이해해.
그런데 언니란 말이지, 동생이 스스로 이룬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법이다.
한결같이 쭉 지켜보고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동생이 겨우 찾은 꿈. 함께 바라왔던 플레어 씨니까 같이 보고 싶지 않을까? 대신 힌트를 주지.
‘플레어 씨가 받고 싶은 것’에서 ‘스스로가 주고 싶은 것’으로 사고를 전환해 봐.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떠오를 것이다.
뭘,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정답은 이미 네가 갖고 있고, 찾아서 꺼내기만 하면 된다.
……라니. 하야히데 씨께서는 진솔하게 대답해 주셨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벨은 안뜰 벤치에서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만져대며 ‘크리스마스 선물’ ‘기념일 선물 후보’ 등의 검색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설득력 있고 매끄러운 말로 추천되는 갖가지 물건들. 화려하거나, 편안하거나, 쓸만하거나, 그런 것들. 스스로가 주고 싶은 것이라니? 그거야 상대방이 갖고 싶어 하는 것과 일치하다. 누구든 자신의 선물을 받았을 때 만족하는 얼굴이 되었으면 한다. 진심을 전했는데 씁쓸한 표정을 하면 상처받을 것 같으니까. 좋은 날에는 행복한 추억만을 간직하며 웃어주었으면 하니까. 그것 외에 뭔가 있다는 말인가요? 뭘 선물하든 그 사람이 주는 것이니 괜찮다는, 그런 것? 하지만……그런 건, 이미 멋지게 빛나는 사람한테만 해당하잖아요. 여기 트레센 학원 학생들은 특히 더 그렇다. 자신에게는 없는 ‘꿈’을 가지고 올곧게, 열정적이게……강인한 끈기를 발휘하여 우월한 실력을 더욱 갈고닦아 기대에 보답해 주고, 팬들도 마음 놓고 소원을 맡길 수 있는 사람들. 검색 결과 밑에는 크리스마스라는 키워드에 걸쳐 연관 검색어로 ‘아리마 기념’의 출주자 목록이 나왔다. ‘비와 하야히데’ ‘나리타 브라이언’ ‘마야노 탑건’……. 누구나가 이름을 날린 유명 우마무스메뿐.
올해의 아리마 기념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리는구나. 벨은 아리마 기념에 나가지 못한다. 팬 투표의 상위 인선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말의 꽃이라고 불리는 아리마 기념은, 우마무스메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자가 출주자로 뽑힐 수 있도록 투표하고, 투표를 많이 받은 상위 후보자 몇 명을 선발하여 레이스에 내보낸다. 그것이 아리마 기념을 포함한 그랑프리 레이스의 형식. 그렇기 때문에 팬들을 매료시키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유명 우마무스메들만이 모일 수가 있는 것이다. 비와 하야히데와 마야노 탑건은 ‘가장 강한 우마무스메가 이긴다’는 킷카상을 우승한 우마무스메. 하야히데는 그 외 GⅠ 레이스에도 우승한 전적이 있으며 모든 레이스 성적이 5착 이내, 입착이라는 안정적인 성적을 자랑하고, 마야노는 자신과 같이 클래식 시즌을 달리는 동기인데도 빠른 시기에 아리마 기념에 출전하는, 상당한 실력의 천재 소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경외하는 나리타 브라이언.
그녀는 클래식 시즌의 왕도인 3개의 대표 레이스—『사츠키상』, 『일본 더비』, 『킷카상』—를 모두 제패하여 클래식 삼관 우마무스메의 칭호를 거두었다. 역사 깊은 레이스 세계에서 그 고난도의 업적을 역대 5번째로 달성한, 그야말로 최강의 스타 우마무스메. 다시 봐도 브라이언은 엄청난 우마무스메이다. 클래식 삼관 우마무스메라는 칭호의 무게에 어울리는 품격과 그 실력이 있었기에, 브라이언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사랑받고 있다.
매력적이지 못하고 밋밋한 자신에게는, 그렇게 정상에서 팬들을 거느리는 그릇이 되지는 못한다. 길에 턱이 져 있으면 어김없이 걸려 넘어져서 남들보다 뒤처지는, 벨은 그런 나약한 사람이다. 아무리 절박해도 결코 보답받는 일 없어 메말라져 가는 마음. 그러나,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양보할 수 없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꿈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부딪혀가며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고 눈물 흘려도, 발은 다시 앞을 향해 내딛고 있었다. 딱히 불굴의 정신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멋진 이유는 아니다. 적어도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스스로의 안에서 탄생한 열이 원동력이 되어준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이 도래해도 물리칠 수 있는 강한 자신이 되고, 충족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는 그 서투름이 화근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떠밀린 것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험난한 길을 걷는 과정에서 꾸준히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로지 그들만이 보내는 작은 성원이었다. 그러니 자신에게 확실하게 다가오는 열의를 저버려서, 기대해도 소용없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벨은 미래에 모든 것을 완수해 내고,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어’라고 외치기 위해……불합리한 운명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보면 안다. 여태껏 낙담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비관적인 성격이 되지 않고, 그만두고 싶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란 버팀목이 자신의 목적을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이 감정을 최초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가족.
그랬었다. 가족들에게는 항상 받기만 했다. 망설이고 헤맬 때도, 꺾여버린 아픔에 허덕일 때도. 언제나 지원해 주고 벨에게 필요한 말, 듣고 싶은 말을 해주었다. 점점 벅찰 정도로 한가득 받은 만큼, 벨은 죄책감을 가졌다. 내가 좀 더 꿈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다면, 그 성원에 보답할 수 있었을 텐데. 나야말로, 늘 고마운 가족들의 등을 밀어주고 싶다고 전할 수 있다면──.
‘스스로가 주고 싶은 것’으로 사고를 전환해 봐.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떠오를 것이다.
──아. 그렇구나.
그것은 조용히,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맴돌고 있었다. 소망에 어울리는 모습이 되면, 말하고 싶어서 숨겨두었던 본심.
……이번에는 내가, 가족의, 언니의 의지가 되고 싶어. 그리고 여태까지 받았던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 태초의 아군. 실마리는 잡혔다. 남은 건 마음을 담을 그릇뿐. 이렇게 그러모은 마음을 하나도 흘리지 않을, 딱 맞는 물건을 고르기 위해 분발한다. 올해는 내가, 반드시 좋은 날로 만들어 줄 거야. 벨은 열심히 머리를 싸매면서 다음 주 12월 24일의 플랜을 세워간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아리마 기념의 개최일이자──자신의 언니, 플레어의 생일이다.
우와, 사람 엄청 많네—.
오늘은 아리마 기념이니까. 여기서 브라이언 씨와 하야히데 씨가 달려.
이곳은 나카야마 경기장. 마침내 이브의 날은 찾아오고,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아리마 기념이 막을 열었다. 벨은 트레이너인 오노데라에게 양해를 구하고 플레어와 아리마 기념을 관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관중석에는 각자의 소망을 주고받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으며, 점점 경기장의 공기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야하데 씨와 브라이언 씨 양쪽 다 인기 엄청나잖아? 승리의 탐구자에, 그림자도 두려워않는 괴물이래. 모두의 소원을 계속해서 이뤄나가려면 어깨가 무겁겠네~.
아마 부담은 안 될 거야. ──그 사람들이라면, 기대되겠지.
…………
“──그럼, 계속해서 쫓아와라. 나의 등을.
몇 번이든 싸워주마. 나는 쭉 ‘여기’에 있어. ”
“! 응, 마야 지지 않을 거야! 엄——청나게 강해질 거니까!”
“……후. 그렇구나, 그 정도로 솔직해져야 하는군.
나도 이기러 갈 거야, 브라이언. 언젠가 네게. 지금은 닿지 않더라도, 반드시. ”
나리타 브라이언은 이번에도 당당하게 1착을 거두었다. 관객의 떠나갈 듯한 함성과 박수갈채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환희를, 플레어는 피부로 저릿하게 느꼈다. 신기해. 이렇게까지 두근거릴 일이구나, 아리마 기념……. 레이스에 나온 자매들도, 평소에 조금 멋쩍게 굴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들의 격정이, 그리고, 빽빽한 관중들 사이에서 피어난 응원이란 불꽃이 자신의 가슴속까지 옮겨 붙어 타올랐다. 문득 플레어는 벨을 쳐다보았다. 그때의 벨은 플레어가 처음 보는 눈빛을 하며, “역시,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라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언뜻 그렇게 중얼거린 게 들린 것 같았다.
집까지 돌아가는 길에 플레어는 방금의 레이스로 한참이나 조잘거렸다. “이야, 멋졌어~! 분위기도 엄청 달라 올랐고. 그랑프리 레이스는 또 다르구나!” 플레어치고는 상당히 올라가 있는 텐션. 벨도 작게 미소 지으며 처음 브라이언의 달리기를 봤을 때를 떠올렸다. 나도 심장이 쿵쾅거려서 저렇게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었지……. 그러면서도 마음속 어딘가는 선물을 전할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약간 긴장한 상태였다. 태도에도 조금 안절부절거리는 티가 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들킬까 봐, 적절히 반응하면서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엄청 멋졌지. 나도 그만 소리 지를 뻔했어……. 실제로 레이스는 처음 봤을 텐데, 어땠어?
응? 처음 보는 거 아닌데?
어? 언제 봤어?
네가 달릴 때 봤었지.
아침부터 대기해서 관중석에서 지켜볼 때도 있었고, 라이브에서 실황으로 중계되는 거 보기도 했고.
아, 마침 아오바상?은 우연찮게 가족끼리 모여있어서 다 같이 봤었네. 네가 1착해서 깜짝 놀랐는데.
……뭐?……뭐라고??
네가 1착해서 깜짝 놀랐…….
아니, 그거 말고! 내가 달리는 거 봤었어!?
에, 응. 네가 달린 거 전부 다 봤는데?
뭐, 뭐~!? 왜 그렇게 담백하게 말해!? 여태까지 내가 착각한 거야……? ……아니, 아니, 이상하잖아! 그럼 왜 ‘성장의 증거’를 보고 싶다고 한 거야? 다 알고 있었잖아. 내가 꿈의 결실도 내지 못하고 추락했던 걸…… 잘 달렸을 때도, 못 달렸을 때도 언니는 원체 똑같은 반응을 했으니까, 달리기에 관심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세인트라이트 기념,이었나.
일본 더비 이후로 뭔가 벨이 풀 죽은 것 같았는데, 거기서는 더 위태로워 보여서 마음에 걸렸어.
혹시 아직 기운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잘 해결됐나 보네.
……왜, 티 안 냈어? 언니가 지켜보고 있는 줄 몰랐어…….
으음, 그게, 벨이 괜한 부담을 느낄 것 같았으니까.
반듯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었을 때, 이렇게 응원받았는데 보답하지 못했다고 속상해할 것 같아서. 그런 거 싫어.
! 다, 알고 있었어……?
물론이지. 나는 언니라고?
네가 중학생 때 꽤 고생했었지. 잘 안 되어서 꼴사나운 결과를 우리들에게 보여줘야 했을 때, 사죄와 수치심에 얼굴도 울그락불그락해져서.
그래서 이번에 나는 조용히 멀리서 보기로 했어. 네가 돌아올 곳이 있다고 알기만 하면 충분하니까. 그만큼 네가 원하는 대로, 언젠가 어엿해진 뒤에 떳떳하게 돌아와서 그간의 이야기를 자랑해 주길 바라.
자신 있게 “이제는 괜찮아”라고 우리들을 당당하게 안심시켜 줘. 그것도 머지않을 거야. 나는 네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걸.
‘동경’을 바라보는 네 눈을 보고……확신했어. 그건 희망이 선연한 눈빛이야. 내 소원은, 꼭 이뤄질 거야.
언니…….
떠올려보면, 플레어는 항상 느긋하거나 태평한……그런 텐션을 유지하면서 슬쩍 벨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끙끙 앓던 날에는 엉뚱한 언동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깨 주고, 때문에 이상하게 웃음이 나와 왠지 이 괴로운 일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다. 플레어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계속 달래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결코 자신에게 지겹다며 싫증을 낸 적은 없었다. 오래전부터 플레어의 소원은 그저 벨에게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었다. 누구나가 인정하는 결과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벨 스스로가 납득하는 형태를 우리들에게 자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벨이 수없이 흘렸던 눈물의 몇 배는 더, 거대한 행복이 찾아오면 좋겠다고…….
다물고 있던 입이 절로 떼어졌다. 언니, 주고 싶은 게 있어. 머릿속에서 짜놓았던 대본은 벌써 잊어버렸다. 지금만큼은 감정이 앞서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분이 들어서, 오늘 하루종일 들고 있던 쇼핑백을 플레어에게 건네주었다. 의아한 플레어는 쇼핑백 안에 손을 넣어 안에 든 것을 꺼냈다. 그 정체는…….
운동화?
내 런닝 운동화랑 세트야. 이번에 내 걸 사면서 같이 샀어. 편의성, 수치, 범용성, 취향……다 생각했다니까.
헤에……이게 벨의 성장한 증거? 어떤 의미야?
여러모로 생각해 봤어. 나는 제대로 성장을 한 건지. 만약 못했다면 어떡하지, 하고…….
올해는 다사다난했지. 달리기에 가능성을 재발견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더라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한계에 부딪히고, 또 절망하고. 정식으로 보여줄 만한 GⅠ 성적 같은 건 없는 채로 클래식 시즌이 끝나가지만……
언니 말대로 나는 내가 납득하는 결과를 낼 거야, 반드시. ……그리고, 분수에 안 맞게도 그건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아.
이건 억지가 아냐. 이번에는 내가, 반대로 가족들에게 의지가 되고 싶으니까. 비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거대한 나무처럼, 우뚝 선 존재가……될 거야.
그러니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래에도 함께 걸어가 줘. 나도 언니를 떠올리며 이걸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신을 거야. 내게 준 여러 기대를 힘으로 바꾸면, 내 다리는 절대로 혼자서 멈추지 않아.
그러니까, 이걸 전해주는 게 나의 성장이자 진정한 이야기의 시작이야. 덕분에 결심이 섰어.
이제 괜찮아. 더 이상, 뒤로는 못 물러나.
………….
…………하핫.
아하하……나도 참. 어떡하지.
벨. 갑작스럽지만……나, 받고 싶은 게 생겼어.
엣. 또!? ……뭔데?
나, 레이스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강직한 내 동생이,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에 휩싸였으면 좋겠어.
아까 본 아리마 기념, 얼마나 대단한 레이스였는지 솔직히 몰랐어. 연말의 대표 GⅠ 레이스라는 걸로 유명하니까 스케일은 크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지. 그런데 막상 봐보니 그곳의 열기에 압도당했어.
관중들도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어. 수많은 응원과 함성 소리가 물밀려 와서 이 쪽까지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 그건 그만한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모여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해.
네가 눈물로 빚은 노력을 그들도 알고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어. 너라면 그래도 돼.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언젠가 그랑프리 레이스에 출전해 줄래? 내 생일이니까, 한 번만 부탁할게.
……맨날 그래.
(……만약, 이런 아리마 기념과 같은 성원이 전부 내 것이 된다면──)
(언니의 엉뚱한 위로 방식도 끝일지 모르겠어)
어린 시절, 똑같이 플레어의 생일에 둘이서 트리에 양말을 걸며 소원을 빌었던 것이 떠올랐다. 벨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기 선물이 없지 않을까 괜시리 쭈뼛거렸지만, 플레어는 이렇게 트리가 크니까 무조건 잔뜩 올 것이라고, 안심하고 양말을 많이 걸자고 이야기해 주었다. 벨은 얼핏 논리적인 것 같기도 한 그 말을 믿고 언제나 기쁘게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다. 그러니 트리는 마음을 듬뿍 넣어 담을 수 있는, 거대한 그릇을 가진 기대의 상징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작은 기적을 선사해 주는 행복의 선도자.
그렇다면 빈스토크가 될 우마무스메에게는──운동화를. 그 기대를 담은 운동화를 몇십, 몇 백 켤레로 갈아 신은 그녀는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어, 더욱더 하늘을 향해 비약하러 갈 것이다. 벨은 플레어의 소원을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 알았어. 나를 기대해 줘──. 그 말에 플레어는 여느 크리스마스와 같이 웃는 얼굴이 되었다.
그 뒤로 세월이 흘러, 사계절은 몇 번이나 바람처럼 지나갔다.
언니에게
안녕, 언니. 잘 지내고 있어? 이 편지가 도착할 쯤이면, 아리마 기념은 다 끝났겠지?
언니의 바람대로, 나 그랑프리 레이스를 전부 뛰었어. 시니어 시즌에는 타카라즈카 기념에만 나갔지만 올해는 둘 다 나가게 되어서 다행이야. 그렇지만, 생일 선물로 은퇴식이란 건 아무래도 잔인할까.
그야 언니가 올해부터 유학을 가서 알려줄 기회가 없었는걸. 봄부터 외국에 가버렸고, 때마침 그때 내 전성기가 지나갔으니까……그 뒤로도 여러 가지 있었거든. 마음에 여유도 없었지만 걱정 끼치기는 싫으니까, 멀리서도 전해질 수 있는 레이스가 좋을 거라 생각했어. 그게 은퇴식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했으니까 봐줘.
내가 저번에 학원 행사로 춤을 추게 된 적이 있다고 말했지? 그때 브라이언 씨가 내게 말해주었어. 거대해져서, 세계 어디에든 보일 수 있게 해달라고. 거리는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항상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언니, 보였어? 내 마음, 느껴졌어?
나는 이번 아리마 기념에서 최대한 즐겁게 달릴 생각이야. 함께 달리는 모두는 브라이언 씨를 포함해서 정말 최고의 라이벌들이거든. 트윙클 시리즈의 마지막을 다 같이 맞이할 수 있다니……그럼, 이제까지의 제일로 즐겁게 달려야 후회가 안 남을 것 같아. 이 꿈은 가장 빛나고 있을 때 넣어두겠어. 다음 꿈을 향하기 위해서라도.
그러니까 꼭 마지막까지 기대해 줘. 내가──우승하고 말 테니까!
카베르네 캠벨 드림
──너는 편지를 잘 쓰는군.
해외 원정 간 선배들이 많았던 탓이려나요. 슬슬 절차도 익숙해져서……. 우체국 같이 가 주셔서 감사해요, 브라이언 씨.
별로. 플레어 씨 일이라길래 사적으로 궁금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나에게 플레어 씨 생일 선물을 뭐로 할지 물어봤었나. 언니에게 상담도 받았댔지.
아, 기억하세요? 맞아요. 결심은 섰는데 최종적으로 어떤 물건이 좋을지 고민이 되었어요. 마침 브라이언 씨가 한때 트레이너 씨에게 코에 붙일 테이프를 산더미만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었죠…….
어이가 없었지……. 결국 하나도 남김 없을 때까지 함께였지만. 설마 그런 이야기가 도움이 될 줄은.
당시에 샀던 운동화는 결국 다 닳아버렸지만, 애착이 생겨서 계속 같은 걸 사고 있는 거 있죠. 이제 다가올 아리마 기념을 우승하면 완벽할 거예요.
호오, 제법 큰소리를 칠 줄 알게 되었군. 이 쪽도 승리를 양보할 생각은 없다만.
그래서 무척이나 기대돼요. 무려 당신과 히시아마 씨, 로렐 씨, 마야노 쨩, 마블러스 쨩이라는 라이벌 모두가 모인 꿈의 무대니까……. 이 순간에 밖에 나오지 않는 짜릿함과 섬뜩함, 사랑스러움에 벅차오르기에 비로소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거예요.
은퇴식 같은 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스스로가 얼마나 즐겁게 달릴지 이 열의를 전신으로 발산할 생각을 하면, 애타서 못 견디겠어요.
훗……트윙클 시리즈에서 달리면서 피차 터무니없게 바뀌었군.
좋다. 그렇다면 어디 크리스마스 트리의 별보다도 더 드높게, 너의 달을 하늘에 걸어봐라. 플레어 씨에게 보일 정도로.
네. 악착같이, 한결같게, 모두의 꿈은 제가 이루러 가겠습니다! ……앗, 보세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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